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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광고, 가슴 움직이는 웃음 담아야 by 자크 시겔라(하바스그룹)


`강남스타일` 처럼 광고도 가슴 움직이는 웃음 담아야
영원한 광고쟁이 자크 시겔라 하바스 부회장
기사입력 2012.10.05 13:47:25 | 최종수정 2012.10.08 1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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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 보통 사람들은 아마도 물이 된다고 할 겁니다. 근데 저 같은 광고쟁이는, 창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눈이 녹으면 봄이 됩니다."

8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두 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계속된 강연에서 100여 명의 한국 광고쟁이들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진지한 고민에 빠뜨렸다. 프랑스에 기반을 둔 글로벌 광고회사 `하바스`의 부회장이자 자칭 `영원한 광고쟁이` 자크 시겔라 얘기다.

그는 지난 4일 한국광고업협회(회장 안건희) 초청으로 방한해 광고기획사 이노션 본사에서 `돈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가 돈을 만든다(Money has no ideas, Only Ideas make money)`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매일경제 MBA팀은 강연이 끝난 직후 시겔라 부회장을 직접 만났다.

-강연에서 현 시대의 광고는 `웃음`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는 사회의 거울이다. 만약에 이 사회가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면 광고 역시 위기의 시대를 산다. 좋은 광고란 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장소에 있는 것이고, 또한 부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 있는 것이다. 시대가 슬플 때는 웃기는 광고를 만든다. 인간이 이중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불안한 시대에는 사람들이 두려움을 갖고 산다. 혹시 내일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사고 싶은 걸 못 사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산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은 꿈을 꾸고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보통 영화를 `꿈의 공장`이라 부르지만 지금 시대에 영화가 이 같은 꿈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광고가 이것을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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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난 웃음 코드를 세 종류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영국식 광고에서 쓰이는 방식이다. 이성적으로 접근해 감성을 건드린다. 아주 지성적인 광고다. 섬세하면서 정신적인 부분을 건드린다. 수준이 높다. 전 세계로 퍼져가기에는 문제가 좀 있을 수 있다. 어렵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프랑스식 광고다. 영국과는 정반대다. 감성으로 접근해서 이성을 터치한다. 직관적이고 즉각적이다. 감각적이고 때로는 `섹스어필`까지 나아간다. 세 번째가 미국식이다. 미국식 광고는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지갑을 열게 만든다. 미국식 광고에서는 유머가 있어도 웃음 자체가 목적이 아닌 셈이다. 미국식 광고를 들여다보면 제품에 집중한다. 기본적으로 `사실 기반(Fact Based)`형 광고다. 미국 브랜드가 전 세계 브랜드의 80%를 차지하다 보니 가장 많은 광고가 나오고 세계 최고의 광고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쓸데없는 광고다. 미국에 가서 TV를 보다 보면 지겨운 광고 때문에 TV를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을때가 많다.(웃음) 내가 볼 때 전 세계인들에게 통할 수 있는 유머코드를 지금 찾아야 한다. 한국 광고는 즐겨보는 편인데 보편적으로 통하는 코드가 분명 있다. 지난 7월부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강남스타일도 이런 웃음코드를 갖고 있다. 지금 광고가 가야 할 길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거나 감성에서 이성으로 가는 방식이 아닌, 가슴에서 가슴으로 가야 한다. 이게 지금 트렌드다.

-광고는 분명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한 것인데, 단순히 `웃음 코드`를 잘 잡았다고 제품이 팔리나.

▶하나의 광고는 하나의 브랜드를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다. (광고의)`크리에이티브`라는 건 브랜드라는 무형 자산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창의성을 가미한 브랜드는 하나의 무형 가치로서 제품 그 자체보다 더 큰 가치를 갖게 된다. 유머라는 건 브랜드에 스며들어 제품을 살려줄 때 유효해진다. 영국 광고 중에 `햄릿`이라는 시가 광고가 이를 잘 보여준다. 혼돈의 시대를 살던 주인공이 시가를 피우는 순간마다 자신감이 상승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보통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복잡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싶고 미뤄두고 도피하고 싶을 때 담배를 빼어 문다. 그 심리를 역으로 찔러준 거다. <햄릿시가-별도 포스팅 참고>단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웃음은 술과 같은 것이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

-앞으로 광고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는가.

광고는 트렌드다. 트렌드를 파악하려면 사실 그냥 TV를 보면 된다. 지금 유행하는 광고 시리즈를 보면 일상에 대해 많이 다룬다. 가족이 있고 그들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그 과정에 어떻게 제품이 들어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 같은 여정을 이어주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광고는 완전한 허구다. 올해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 수상작에는 아예 곰이 주인공으로 나와 감독 역할을 맡았다. 지나치게 허구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착하면 안 되지만, 광고는 최고의 상상력이 동원될 때에만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갖는다. 문제는 지금 광고가 인터넷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보통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나와 자신의 일상을 보여준다.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인터넷 시대에는 결국 TV 광고와 인터넷 광고가 구분돼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은 좀 더 일상으로 들어가고, TV는 마치 영화처럼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는 거다. 이쯤에서 광고의 제1 법칙이 도출된다. `법칙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허구가 어쩌니 일상이 어쩌니 내가 떠들고 있지만 3년 전 칸 그랑프리는 있는 그대로 사실만 보여준, 고릴라가 계속 북을 두드리는 배터리 광고가 차지했다. 법칙이 없다는 게 확 와닿지 않나.(웃음)

-인터넷 얘기가 나온 김에 물어보겠다. 인터넷ㆍ모바일ㆍ소셜미디어 등이 넘쳐나는 다채널 시대가 도래하면서 광고계에서는 이를 모두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채널을 활용하다 보면 메시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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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 지적한 게 바로 광고와 시대가 지나치게 발전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사실 현대사회는 모두가 시계를 갖고 있고 이를 차고 다니지만 정작 아무도 시간이 없다.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반응 시간도 엄청나게 빠르다. 또 메시지가 여러 번 반복되는 시대다. 광고업계에서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다수에게 전달되면 효과가 분산된다고 본다. 이럴 때일수록 `크리에이티브(창의산업과 광고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광고의 제2 법칙이 바로 이거다. `응집력을 발휘하라`는 것. 난 `브랜드 DNA`라는 표현을 쓴다. 브랜드 DNA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채널을 활용해 광고를 하고 있어도 사실상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좀 어려운 얘긴데 풀어서 설명해달라.

▶나는 자동차 회사 `시트로엥`의 광고기획을 아주 오랫동안 담당해왔다. `시트로엥 브랜드의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고 불릴 정도다.(웃음) 그래서 시트로엥 광고기획에 들어가는 순간 그동안 시트로엥이 전파한 모든 메시지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부합하지 않는 것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브랜드 DNA에 맞지 않는 건 과감하게 버린다는 얘기다. 그리고 나서야 각 국가 시장별로 유머도 얹고 감성도 얹는다. 핵심 메시지를 명확하게 만든 뒤에 그 위에 얹는다는 거다. 브랜드 DNA와 광고의 슬로건은 글로벌해야 하지만 캠페인은 `글로컬(세계적이면서 동시에 현지화된)`해야 한다. 광고 제3 법칙이 여기에서 나온다. 바로 `지속성`이다. 광고 캠페인, 브랜드 포지셔닝, 브랜드 DNA를 정립했다면 그때부턴 이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소통)의 시대가 가고 컨버세이션(대화)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는데, 무슨 뜻인가.

▶지금까지의 `혁명` 중 가장 큰 혁명은 바로 디지털 혁명이다. 21세기 초까지는 커뮤니케이션과 소비의 독재 시대였다. 광고에서 어떤 제품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제품에 `+α(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것을 슬로건에 녹이고 메시지로 뿌려주는 작업을 했다. 마치 망치로 두더지를 때리는 게임처럼 소비자들 머리에 광고 슬로건을 입력시켰다. 당연히 소비자는 매우 수동적인 존재였다. 이런 광고, 지금까지의 광고는 그래서 광고라기보다 `선전선동(propaganda)`이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제품과 소비자 사이에 권력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생겼다. `소통과 소비`의 독재 시대에서 참여민주주의 시대로 변했다. 소비자는 인터넷과 너무나 가깝게 밀착돼 있다. 기존에는 브랜드를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잘못이 보이거나 구멍이 발견되면 아무런 제재 없이 공격하는 존재로 변화했다. 오늘날 소비자는 브랜드 가치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예전에 수직적인 광고는 메시지를 생성한 뒤 망치로 끝없이 머리를 때려 주입했다. 이제는 순환적으로 바뀌었다. 컨버세이션의 시대라는 건, 이런 시류에 맞춰 광고도 변해야 한다는 의미다.

-`순환`이라는 게 정확하게 뭘 의미하는 것인지.

하나의 창의적인 광고(크리에이션)는 하나의 아이디어 뒤로 수많은 메시지를 감춰 두고 있다. 예전에는 컨셉트를 하나 잡고 `제품+α`를 보여주면 그게 끝이었다. 근데 지금은 아이디어에 기반한 창의적인 생각을 인터넷이라는 웅덩이에 던지는 것이다. 이렇게 던져진 조약돌, 즉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원점으로 파문이 계속 일어나고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미디어를 성장시키고 아예 미디어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또 파문이 커진다. 강남스타일이 아주 대표적인 사례다. `매스미디어`의 시대에서 `소 미디어`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80세인데 아직까지도 창의성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창의력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피카소는 90세에도 그림을 그렸다. 어린아이의 시각만 유지한다면 창의성은 항상 갖고 있을 수 있다. 90세의 피카소도 사실은 정말로 아이 같았다. 설사 `계속되는 젊음`이 어떤 정신병이라고 해도 나는 그 병에서 치유되고 싶지 않다. 스무살 때 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젊음`의 손을 잡고 끝까지 가자고. 그 결심을 한 뒤 자동차로 세계일주를 했다. 그리고 인생이 바뀌었다.

-모두가 `창의성`을 말하는 시대이다 보니 뭐가 진짜 창의성인지 모르겠다. 정의를 내린다면.

▶`인터넷의 비극`이 뭔 줄 아나. 창의력을 말하면서 모두 `Copy & Paste(복사해서 붙이기)`를 하고 있다는 거다. 누군가 일본 영화에서 조금, 한국 영화에서 약간, 독일 영화에서 일부, 프랑스 영화의 감성을 다 짜깁기 해놓고 자신은 `영국 영화를 만들었다`고 떠드는 그런 시대라는 말이다. 이런 식의 짜깁기는 상상력을 죽인다. 창의력의 `적`이다. 창의성은 백지에서 시작하는 거다. 펜을 들고 텍스트를 직접 써야 한다. 내가 직접 그런 식으로 쓴 책이 27권이다. 만년필로, 손으로 직접 썼다. 여기 손 굳은살이 보이나. 손으로 직접 써보는 글과 키보드를 쳐서 쓰는 글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여전히 영상으로 된 광고 레이아웃을 잘 보지 않는다. 영상이미지는 한 번 보고 지나가는 순간 과거가 되기 때문이다. 손으로 직접 써서 짠 광고 레이아웃이야 말로 진짜 창의력의 결정체다.

■ He is…

자크 시겔라는 현재 세계 6위 글로벌 광고대행사인 하바스그룹 부회장이다. 프랑스 광고업계에서 최고 거장으로 손꼽힌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25세에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변덕스럽고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그는 약학박사가 된 것을 후회했다. 인생에서 잘못된 출발을 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그는 자동차로 세계일주를 했다. 그때 경험을 책으로 썼는데 12만부가 팔렸다. 그가 생각하는 인생의 첫 번째 성공이었다. 7개 직업을 거쳐 주간지인 파리 매치(Paris Match)에 입사해 2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다. 그 후 석간 신문인 프랑 소아(France Soir)로 옮겨 30세에 편집장을 지냈다. 프랑 소아를 프랑스 최대 석간지로 성장시킨 뒤 언론계를 떠났다. 광고계에는 32세가 돼서야 입문했다. 특히 자동차ㆍ패션 전문 광고 제작자로 명성이 높다. 전 프랑스 대통령인 미테랑과 사르코지의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진두지휘해서 승리를 이끌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책 27권을 쓴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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