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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누구나 아는 비용절감이 바로 '혁신'


[View & Outlook] 누구나 아는 비용절감이 바로 `혁신`
`싼게 비지떡` 편견 깬 저가항공의 시사점
기사입력 2012.10.05 13:51:52싸이월드 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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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이언그룹 대표
`단돈 5만원이면 하늘을 날 수 있다.`

추석 연휴기간에 이 같은 가격을 실천한 저가항공의 노선은 만석이었다. `값싸고 빠른` 노선에 좌석 구하기가 힘들었다. 국내에서만 5개사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저가항공의 시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비행기를 타는 일 자체를 `일생일대의 사건`으로 여겼던 사람들에게 비행기는 이제 `언제나 선택 가능한 하나의 교통수단`이 됐다. 시간대와 예약날짜만 잘 조정하면 부산가는 KTX보다 싼 가격으로 제주도를 갈 수 있게 된 것. `저가항공`은 여전히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산업이다.

실제로 지난 8월 국제항공 여행객 수는 역대 최다인 427만명을 기록했다. 또 국내선 여행객 중 저가항공 이용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43.8%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추석 귀성ㆍ귀경을 위해 항공편을 예약한 이들만 3만명이 훌쩍 넘었고, 저가항공은 자리 구하기도 어려웠다.

매일경제 MBA팀은 저가항공의 성공에서 `저가상품 생산ㆍ판매` 전략 일반을 알아보기 위해 김종철 전 제주항공 대표를 만났다. 현재 컨설팅업체 이언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2010년 위기에 처한 제주항공 CEO로 취임해, 2년여 만에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흑자경영으로 바꾼 인물이다. 자신의 성공 경험을 정리해 오는 8일 `사막을 걷는 CEO, 단순함으로 일궈낸 저가항공 성공스토리`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국내선만 보면 저가항공 수요는 포화상태이지만, 4시간 거리의 `원아시아` 일일생활권으로 보면 여전히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 단순화 또 단순화하라

`고물 비행기라 위험하고 서비스도 별로인 데다 음료수도 안준다.`

저가항공에 대한 흔한 편견이다. 심지어 연료비 절감을 위해 비행기 승무원의 가방 무게도 규제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얘기도 들려온다. 고유가 시대에도 여전히 잘만 예약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싼` 가격으로 제주도도 가고 일본도 갈 수 있다보니 생겨난 얘기들이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저가항공의 비용절감은 대부분 `시스템 효율화`에서 이뤄진다.

김종철 대표는 "보잉 737기나 에어버스 320 같은 소형 항공기 중 하나를 골라 단일 기종으로 하루 12시간씩 4시간 거리를 운항하면 반드시 수익이 나는 게 저가항공"이라며 "좌석에 등급도 없고 예약 날짜 별로만 가격에 차등을 두는 아주 단순한 시스템이다 보니 인건비와 운영비가 엄청나게 아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항공은 가장 작은 단일 기종의 비행기 20대 이상을 일괄적으로 하루 12시간씩 비행이 가능하도록 단순한 시스템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퍼스트ㆍ비즈니스ㆍ이코노미 클래스에 따른 가격과 서비스 차등을 없애다 보니 최소한의 인건비와 운영비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시스템 효율화와 단순화로 `저가`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지 고객에게 주는 음료수값을 아끼거나 서비스 질을 낮춰 비용을 절감하는 게 아니라는 것. 여기에 단일 기종 다량구매 전략으로 최초 비행기 도입원가를 낮추는 것도 기본적인 저가항공의 비용절감 공식이다.

이는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저가 제품을 생산ㆍ판매할 때에는 품질이나 서비스를 포기하지 말고 `단순화한 시스템, 효율적인 관리`와 `비용누수 방지`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고객은 영원히 외면한다. 한때 프로펠러 항공기 등으로 비행기의 탑승감 자체를 희생시켰던 국내 최초의 저가항공이 큰 위기에 처했던 건 바로 `품질과 서비스`를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 레드오션 불평 말고 수요를 직접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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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불황인데, 굳이 비행기 타고 제주도 여행을 갈까?`

국내 저가항공 5개사 중 2개사 이상이 흑자로 전환되기도 전인 2009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로 국내 경기침체도 심각한 상황에서 대다수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의문을 품었다. 불경기에 이미 레드오션인 여행산업에 저가항공사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은 없어보였다.

김종철 대표는 이에 대해 "저가항공은 기존의 수요를 잠식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흔히 `다들 한 번 쯤 가봤기 때문에 이미 포화상태`라고 생각했던 제주도만 해도 저가항공이 완전히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다는 것. 기존 일반 항공사가 제공하던 항공편 가격에서 30%를 인하해 수요를 자극했더니 제주도로 향하는 관광객이 50%나 늘었다. 각자 자신의 도시 근교로 나들이를 가던 사람들이 아예 공항으로 가 제주도에서 올레길을 돌거나 한라산을 오르고 저녁이나 다음날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비수기가 없어졌으며 새로운 여행패턴이 만들어졌다. 막연히 저가항공을 불안해하던 이들도 막상 `밑져야 본전`으로 한번 이용해보고 나니 인식도 확실하게 변해 더욱 자주 이용하게 됐다.

일본 관광객 사례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한국인ㆍ일본인 수는 일본의 장기 불황에 한국의 경기침체까지 겹쳐 2009년부터 1년간 13%가 줄어든 상태였다. 2009년 하반기 제주항공이 오사카 노선을 취항시킬 때 대다수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이 그렇게 어려운데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하지만 저가항공사의 취항 이후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사람 수는 15% 증가했다. `국제선 단거리 구간`의 새로운 수요가 창출됐다는 뜻이다.

◆ `비행기값을 뽑고도 남는` 생태계 육성전략 

`전 세계에서 화장품값이 가장 싼 면세점 덕분에 비행기값을 뽑고도 남는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본인 여성 관광객들에게는 `한류 관광지`나 `한류스타와의 조우`보다 이런 실질적인 이득이 더 와닿는다. 저가항공이 단순화ㆍ효율화된 운영시스템으로 비용을 절감하지만, 고객을 유인하는 핵심은 바로 이 같은 `인접산업`과의 유기적 연결이다. 필수적인 수요가 아니라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이같이 `비행기값을 뽑고도 남을 만한` 다른 유인책도 필수적이라는 것. 김종철 대표는 "`홍콩 가서 야경이나 보고 올까`라는 말을 스스럼 없이 사람들이 하게 된 건 일단 항공료가 싸기 때문이지만 이 말 속에는 항공료를 뽑고도 남을 만한 홍콩의 루이비통 가방 가격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한 목적의식을 갖고 비싼 비행기값을 내고 어딘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싼 맛에 비행기를 타고 이왕 비행기를 타고 특정지역에 간 김에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아이템을 얻어오는 게 저가항공 여행의 새로운 패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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