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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콘텐츠 빈약한 국내 3D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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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11 15:42

세계 최대 영상마켓 'MIPCOM'현장에서 점검한 3D 시장_너도나도 신제품 출시 앞다투지만, 정작 즐길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해… 제조사들 기기 판매에만 주력한 결과 
정부 내년 예산 40% 대폭 삭감, 기업들 직접 자구책 마련해야

지난 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영상마켓 'MIPCOM'에 한국은 참가 국가 중 유일하게 '3D 특설관'을 설치했다. 좁은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려는 국내 3D 콘텐츠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것. 그러나 3D TV를 두어 대 벽에 걸고, 상담용 테이블을 몇 개 놓은 수준에 불과했다. 

 프랑스 칸 MIPCOM 전시관에서 국내 애니매이션 관계자들과 바이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내 콘텐츠 업체들의 3D 콘텐츠 제작이 최근 부진하면서 산업 생태계 조성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디지털초상화로 바꿔주는 이벤트로 관객들의 방문을 유도했지만, 바이어들의 발길은 뜸했다.

지난해 MIPCOM 기간 3D 콘텐츠 분야의 계약실적은 120만달러(약 14억원). 콘텐츠진흥원 주기환 차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3D 콘텐츠 산업의 저변을 키우기 위해 지원을 계속해 오고 있다"면서 "올해도 계약액 100만달러를 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4D 애니메이션 '넛잡(Nut Job)'으로 해외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레드로버 등 일부 3D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논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아직 국내에서도 3D 콘텐츠 수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이를 활성화할 생태계도 아직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콘텐츠 빈약한 국내 3D 산업 

요즘 주위엔 3D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기기가 넘쳐난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이 3D TV와 PC를 내놓은 지는 오래됐고, 무(無)안경형 제품도 속속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장비를 쓰기만 하면 눈앞에 100인치 크기의 대형 3D 영상을 보여주는 기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장비들로 즐길 만한 3D 콘텐츠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3D 산업이 하드웨어 개발에만 치우치고, 콘텐츠는 빈약한 기형적 구조로 성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칸에서 만난 한 3D 애니메이션 업체 관계자는 "3D 기기 제조사들이 콘텐츠 육성은 외면하고 기기 판매에만 주력하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히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장가도 마찬가지다. 국내 영화관의 3D 스크린 비율은 38.8%(2011년 기준). 글로벌 3D 스크린 전환 최대 예상치인 30%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이런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도 정작 토종 콘텐츠는 없어 해외 3D 영화만 스크린을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D 영화의 흥행 순위 10위권 이내에 든 한국영화는 '7광구'(8위)가 유일했다.

나머지는 '트랜스포머3' '쿵푸팬더2' '캐리비안의 해적' 등 할리우드 영화의 독무대였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관객들은 점점 더 3D 상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국영화는 아직도 3D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상파 방송들도 3D 방송 개시를 꺼리고 있다. 그나마 3D 방송을 운영해오던 KT스카이라이프도 올 5월 방송 폐지를 결정했다.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제조사와 정부가 3D 콘텐츠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계속 할 수 없다"고 말했다.

3D 콘텐츠 예산은 오히려 삭감

3D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늘지만, 양질의 작품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다. 저렴한 컨버팅 기법으로 2D를 3D로 변환한 부실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3D 영화를 볼 때 두통을 호소하는 관객이 생겨나는 등 전반적으로 3D 콘텐츠에 대한 인상만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극장과 제작사들은 3D 영화의 입장료가 일반 영화에 비해 1.5~2배 가까이 높기 때문에 3D 전환을 선호하고 있다. 관객이 적게 들어도 수익성이 높아 오히려 이익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3D 영화 시장이 오히려 뒷걸음질친 것도 이 같은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개봉작은 전년에 비해 70%가량 늘었지만(24→40편), 3D영화 매출액은 오히려 200억원가량 줄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시장에서 3D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시기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3D 콘텐츠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3D 콘텐츠 산업육성 예산을 올해보다 40% 줄어든 75억원으로 책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올해 3D 중계차 구입을 위해 책정된 80억원의 예산이 종료됐기 때문"이라면서 "정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도 3D 인력과 콘텐츠 육성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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