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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빠른 출시의 중요성


[Culture & Biz] `뮤지컬 스파이더맨` 통해본 비즈니스 법칙 2
① R&D는 과정보다 결과물이 중요
② 제품 다각화보다 빠른 시장선점
기사입력 2012.10.05 13: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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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은 전통 마블 코믹스 슈퍼 히어로물 중 하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3편이 흥행에 성공했다.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는가 싶으니 새로운 배우들로 새 버전의 영화를 만들었고 이조차 성공했다. 평범하다 못해 찌질했던 아이가 거미의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가 되는 이야기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클래식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물들이 그렇듯 엄청난 액션들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이 뮤지컬로 등장할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작년 브로드웨이에 야심차게 출범한 스파이더맨 뮤지컬은 와이어 액션 안전상의 이유로 탈도 많고 잡음(노이즈)도 많았지만 일 년이 되어 가는 지금 매일 매일 만석을 기록 중이다. 여행 목적으로 뉴욕을 찾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세계 경제ㆍ금융의 중심지인 만큼 비즈니스맨들은 유독 뉴욕 출장이 많다. 여행객들과 달리 비즈니스맨들은 뮤지컬을 볼 만한 여유를 갖기 힘들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의 본고장 뉴욕에서 최소한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을 권한다. 기자도 출장차 들른 뉴욕에서 브로드웨이의 스파이더맨을 만나봤다.

◆ 닥터 오스본, 스파이더맨에 연구성과 빼앗기다

닥터 오스본. 평생 동안 파충류나 곤충의 유전자를 이용해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거나 장애를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연구해온 박사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뮤지컬에서도 닥터 오스본은 악역이다. 영화의 버전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닥터 오스본은 기본적으로 완벽한 학자로서 좋은 성품을 갖고 있던 인물이다. 그는 말 그대로 평생 연구를 거듭한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결과들을 이용해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홍익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때때로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눈을 뜨게 해주기 위해 견학도 허락한다.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피터가 초능력을 얻게 되는 것도 닥터 오스본의 연구실 견학에서다. 거미에 물린 피터는 단 하룻밤 사이 더 강하고 멋진 슈퍼 히어로 거미인간이 된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닥터 오스본은 광분한다. 평생 연구한 자신은 찾아낼 수 없었던 것을 피터는 `운이 좋게 무임승차 식으로 얻었기` 때문. 거미인간이 된 피터를 보고 사람과 파충류 또는 곤충의 유전자 결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닥터 오스본은 자신에게 실험을 한다. 영화는 버전별로 다르지만 뮤지컬에서는 어찌 됐든 파충류의 형태가 된 닥터 오스본이 더욱 미쳐 간다. 피터를 자신의 연구결과의 산물이라며 `자식`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비즈니스맨들은 닥터 오스본에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에서 그려진 것처럼 세상은 닥터 오스본을 나쁜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만 단지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의 제품화에서 뒤처진 기업과 같은 신세이기 때문이다. 분통이 터질 일이지만 오랜 R&D를 결과물로 만들지 못 했을 뿐이다. 한발 늦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얻어 걸린` 쪽보다 못한 결과물로 여겨진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여러 특허 소송들이 이런 경우가 아닐까.

◆ 거미맨보다 못한 벌ㆍ호랑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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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스파이더맨 뮤지컬>
스파이더맨 영화와 뮤지컬의 다른 점은 뮤지컬에서는 닥터 오스본이 자신의 연구원들을 모두 괴물들로 만든다는 것. 스파이더맨을 이기기 위해 연구결과의 다각화를 시도했다고 보면 된다. 벌과 유전자 결합을 일으킨 연구원은 벌괴물이 된다. 닥터 오스본은 호랑이맨과 공룡맨 등 다양한 파충류와 곤충에 동물들까지 결합해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피터보다 한 발자국 뒤처지기는 했지만 다각화를 통해 우위를 선점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역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처음에 나온 스파이더맨일 뿐.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연구했는가는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빠른 출시가 중요한 것.

페이스북의 사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버드 대학에서 먼저 소셜사이트를 생각해냈던 쌍둥이 형제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자신들의 아이디어였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뒷북으로 자신들의 소셜사이트를 만들지만 여의치 않았다. 소송을 통해 결국 몇 푼 얻어내긴 했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그들은 실패자에 쿨하지 못한 패배자들일 뿐이다. 인터넷 회사들뿐만 아니라 사실 모든 제품들이 그렇다. 먼저 출시된 제품들은 그만큼 우위를 선점하기 마련이다. 고객들에게 인정 받으며 고유명사가 되기도 한다. 대일밴드, 활명수, 퐁퐁, 샤프란, 포스트잇, 호치키스, 워크맨, 제록스, 스카치테이프, 버버리 등 셀 수 없이 많은 제품들이 고유명사처럼 쓰이기도 하는 것이 그런 이유. 선발주자가 아닌 후발 제품들은 더 좋은 성능이나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품들이 나오지만 대부분 외면받는다.

미국의 그루폰과 한국의 티켓몬스터만 봐도 그렇다. 미국에서 먼저 생긴 그루폰은 미국 내에서는 최고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티켓몬스터가 소셜커머스의 일인자다. 먼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그루폰은 티켓몬스터만큼 크게 각광을 받고 있지 못하다.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티켓몬스터가 경영실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도 시장점유율에서는 절대 우위다.

이런 성향은 산업을 막론하고 모든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닥터 오스본이 수없이 다양한 유전자 결합형 인간들을 만들어냈어도 스파이더맨을 이길 수 없었던 것처럼.

스파이더맨 뮤지컬 자체는 와이어액션으로 화려함을 더했다. 실제로 슈퍼히어로가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뮤지컬계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만으로도 한 번쯤 경험할 것을 권한다. 비즈니스적 교훈과 함께 닥터 오스본에게 연민을 느낄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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