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무한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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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MS 추월, 업계 충격…
안드로이드 OS… 삼성에 공급하며 빠르게 영향력 확대
기업 역학 관계도 기민… 삼성·애플 사이에서 때론 중립 때론 편들기
태블릿PC '넥서스7' 출시 등… 하드웨어 혁신 카드 주목
구글의 성장은 어디까지일까.글로벌 IT 경쟁을 벌이는 기업 판도가 구글·애플·삼성전자 등 3~4개 기업 중심으로 고착화되는 가운데 최근 구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불과 15년 전만 하더라도 세상에 있지도 않았던 이 기업은, 강력한 소프트웨어 기술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IT 판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 ▲ 구글‘I/O 콘퍼런스’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 설치된 대형 구글 로고 현수막 아래에서 참석자들이 구글의 콘퍼런스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
이달 초 미국에서는 증시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구글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을 추월한 것이다. 지난 1일(현지시각) 마감된 뉴욕증시에서 구글의 시가총액은 약 2492억달러(약 277조원)로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약 2485억달러)을 역사상 처음으로 제쳤다.
구글의 시가총액 상승은 최근 외부 악재나 경쟁자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것이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말 애플과의 미국 소송 평결에서 10억5000만달러의 배상금 평결을 받는 악재(惡材)가 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구글 주가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8월 말 670달러대였던 구글 주가는 이달 초 76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한때 경쟁자로 여겨졌던 페이스북도 구글의 상승세를 막지는 못했다. 5월 중순 소셜네트워킹사이트 페이스북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구글 주가가 한때 주춤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판세는 4개월여 만에 명확히 갈렸다. 5월 말 중순 대비 10월 초 기준으로 볼 때 페이스북 주가는 상장 시점 대비 반 토막이 난 반면, 구글 주가는 20% 이상 올랐다. 한때 시장에서 "검색으로 대변되는 구글 시대는 갔고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의 사회관계망에 기반한 페이스북 시대가 열렸다"는 관측이 쏟아졌지만, 최근 판세는 이런 일부의 예상을 무색게 하는 구글의 질주로 상징되고 있다. 구글은 영업이익도 올 들어 매 분기 32억달러(약 3조5000억원) 이상의 선전(善戰)을 거듭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 독보적 콘텐츠, 정치적 감각도 기민
- ▲ 넥서스7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시장 OS인 '윈도'로 1990~2000년대 초까지 호황기를 누리다 모바일 기기 시장에 제대로 대응을 못해 가라앉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구글은 삼성전자 등에 안드로이드 OS를 공급하며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은 OS를 거의 무료로 공급하는 대신, 구글 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쓰는 사람이 늘어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사람들이 구글 OS에 최적화된 구글의 콘텐츠나 인터넷 검색을 더 많이 이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금보다도 훨씬 많은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최근 애플과의 미국 소송에서 완패 평결을 받긴 했지만, 구글의 OS는 어떤 식으로든 계속 확산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구글의 수익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OS뿐 아니라 다른 콘텐츠 측면에서도 구글의 독보적 경쟁력이 드러나기도 했다. 애플은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5'와 함께 발표한 애플의 OS 'iOS6'에서 여태껏 써왔던 구글 지도 서비스를 제거했는데, 구글 지도 대신 넣은 애플의 자체 조달 지도 서비스에 대해 이용자들 사이에 부실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던 것. 결국 애플 CEO인 팀쿡이 이 문제로 공개 사과했다. 업계 최강자이자 경쟁자인 애플마저도 구글 없이는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결과였다.
구글은 기술 외적인 측면, 특히 대외 관계에서 정치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월 말 삼성·애플 간 특허 소송에서 일방적인 애플 승리 평결을 받은 이후 업계에선 구글이 자사 OS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 삼성 입장을 반영해 애플 비난형 논평을 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구글은 공식 성명서를 통해 "(애플·삼성 소송에서 문제가 된) 삼성 특허 대부분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관련이 없다"며 그간 지원해왔던 삼성과의 안드로이드 OS 공조 관계에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외신들은 당시 애플이 소송에서 이긴 여세를 몰아 직접 구글을 겨냥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구글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평결 결과가 미국인들의 정서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던 만큼 구글 역시 이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중립적 노선을 가고 있는 듯한 논평을 냈다는 분석이다.
반면 평결 여파가 가라앉을 무렵인 지난달 말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방한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이번엔 "특허를 무기로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시키려는 것은 혁신을 억누르는 행위"라며 삼성을 지원 사격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자사 성장의 기반이 된 미국 소비자와, 강력한 맞수인 애플, 그리고 구글 OS의 강력한 전파자인 삼성전자 사이에서 고도의 정치감각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글의 최고경영진은 맞수 애플 CEO 팀쿡 등 애플 최고 경영진과도 수시로 교류를 갖고 있다.
◇구글이 풀어낼 모바일 기기 방정식은?
- ▲ 지난달 27일 방한해 구글의 새로운 태블릿 PC 넥서스7을 공개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 블룸버그
글로벌 업계에서는 구글이 검색·OS·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주요 분야를 모두 석권한 만큼 앞으로 하드웨어 시장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만들어낼지에 미래가 달렸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구글이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에 비해서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은 하드웨어 사업에 직접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또 무엇보다 현재로선 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만큼, 투자 대비 명확한 시너지를 그려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직 구글의 하드웨어 시장 진출 의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구글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유통 모두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애플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구글 소프트웨어·콘텐츠를 더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직접 하드웨어를 다루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는지는 명확지 않다는 분석이다.
구글은 이전까지는 인수한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부 기업 인수를 통해 모바일 기기의 강력한 경쟁무기인 안드로이드OS를 확보했다. 또 동영상사이트 유튜브는 구글의 인터넷 검색과 결합·발전시켰다. 몰락해버린 다른 동영상사이트와는 대조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하드웨어 사업은 구글에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고객 관리도 까다롭고, 무엇보다 애플·삼성전자 등 경쟁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애플처럼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해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추가 수익을 올리는 모델이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1990년대 전성기의 일본 소니는 TV 등 하드웨어 사업 보강을 위해 미국 컬럼비아영화사 인수 등 콘텐츠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하드웨어 업체가 소프트웨어로 영역을 확대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구글처럼 소프트웨어 업체가 하드웨어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독보적 검색,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공해왔던 구글이 앞으로 하드웨어 시장에서도 혁신적 수익 모델을 내놓을 수 있을지 여부가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안드로이드 운영체제(Android OS)구글이 만든 모바일 기기 전용 운영체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구동을 위해 설치하며 이를 바탕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이 아이폰 등 자사 제품에만 폐쇄적으로 집어넣고 있는 운영체제‘iOS’와 달리 안드로이드 OS는 외부에 공개돼있다.
☞ 구글 지도(Google Maps)
2005년 7월 처음 선보인 구글의 인터넷 지도 서비스. 단순히 길과 지형뿐 아니라 정밀한 항공·위성사진, 심지어 바닷속 사진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구글에 지도 관련 인력으로만 약 7000여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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