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3위 SK그룹이 CEO 인사권, 신수종 사업 등 그동안 지주사가 해왔던 핵심 권한들을 각 계열사로 이관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총수 중심인 수직적 의사결정 대신 계열사 책임경영을 전제로 6개 위원회가 주요 결정을 하고 지주사는 경영평가만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SK 지배구조 개편은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로 4년형을 구형받고 선고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나오긴 했으나 총수 대신 전문경영인의 책임과 역량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일단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삼성 현대 등 다른 그룹들도 항상 위기 돌파용으로 지배구조를 변형ㆍ실험하면서 최적 조합을 찾아왔다. SK 역시 이번에 미국 휴렛패커드나 스웨덴 발렌베리가에 필적할 뉴 모델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기업 지배구조 개편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내부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최우선적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최근 글로벌 경영 환경은 소니 노키아 같은 세계 1등 기업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그로 인해 핀란드나 일본 등 국가 경제가 타격을 받을 정도로 엄중하다. 지난 10여 년간 일본 기업의 몰락과 한국 기업의 성장이라는 대조적인 현상은 한국 재벌들이 오너 경영 특유의 장점을 발휘한 데 힘입은 바 크다 하겠다. 스피드 경영에 의한 빠른 의사결정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어떤 나라 기업에도 없는 한국 기업만의 핵심 경쟁력이다. 지배구조 개편은 이 같은 경쟁력을 더욱 심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SK의 실험은 총수의 절대 파워와 선단식 경영체제를 6개 위원회와 계열사 독립경영으로 위임해 기존 경영 방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스웨덴 발렌베리처럼 계열사별 독립 경영을 하되 오너가 지주회사를 통해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이행하는 과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차피 향후 2~3대를 가면 상속ㆍ증여세 영향으로 한국의 거의 모든 그룹들이 현행 오너체제를 고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이번 SK의 시도는 한국 재벌 형태 변화에 관한 파일럿 성격이 있어 국내외 재계에서 대단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계열사 독립 경영은 쉽게 이해되나 6개 위원회는 상부 조직이 좀 무거워 보이고 집단지도체제의 비효율성에 대한 염려도 나온다. SK는 반드시 성공모델을 증명해 보이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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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차세대 한국형 경영모델 실험에 나선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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