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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아이폰5가 실패작인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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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05 13:07
 로사 전 아일랜드 UCD 마이클 스머핏 경영대학원 글로벌 리더십 석좌교수·전 스위스 IMD 교수
애플이 또 해냈다. 아이폰5가 출시 수시간 만에 매진됐다니 말이다. 대부분 기업에는 판매 실적이 성공의 궁극적인 표시다. 그러나 애플에는 충분치 않다. 아이폰 5는 실패작이다. 애플의 마술(magic)은 끝났다.

첫째, 아이폰5의 기록적인 판매량은 그동안 저축된 평판 덕택이다. 아이폰 5는 혁신적이고 비전이 넘치는 제품을 기대했던 많은 애플 팬에게 실망이었다. 신앙(faith)은 증거를 요구하지 않지만 신뢰(trust)는 증거가 필요하다. 애플은 전성기 시절 하나의 종교였고, 스티브 잡스는 신이었다. 그리고 아이폰은 신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애플 소비자들은 경쟁사 제품과 기술적인 특징과 가격을 비교해 가면서 그들의 충성심을 합리화할 수 있는 증거를 찾고 있다. 애플 팬의 충성심은 무조건적 신앙의 수준에서 조건적 신뢰로 강등되어가고 있다.

둘째, 스티브 잡스는 구글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회사들을 도둑이라 지칭하며 전쟁을 선포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들을 따라 하는, 체면을 구기는 신세가 되었다. 아이폰5의 커진 화면은 삼성 갤럭시폰의 큰 화면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자 마지못해 선택한 것이다. 항간에 떠도는 아이패드 미니 출시도 7인치짜리 태블릿PC는 출시하자마자 고사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스티브 잡스의 후퇴이다.

아이폰5에 자체 맵(map)을 넣기 위해 구글 맵을 없애기로 한 결정도 성급했다. 이로 인해 애플의 팀 쿡 CEO는 애플 고객들에게 공식 사과를 해야 했고, 애플의 주가는 2%나 하락했다. 하지만 애플 문화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이다. 스티브 잡스는 일찍이 새로 임명한 부사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리더는 실패에 대한 변명이 용납 안 된다. 당신이 부사장이 됐을 때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다."

셋째,'애플 웨이(Apple way)'라면 한마디로 자부심(pride)인데, 이 자부심이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 애플의 신화를 만든 공신이었던 가이 가와사키는 "아이폰5의 새 커넥터 케이블이야말로 소비자들에게 물건 구입을 강요하게 하는 애플의 전형적인 오만함의 일례"라고 일침을 가했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안드로이드는 훔쳐 만든 제품이 아니고 애플과 삼성전자의 소송전에서 미국 연방법원이 내린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며 애플이 주장한 그런 사소한 것을 혁신이라고 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삼성의 갤럭시3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애플의 우월함은 자신의 열등감과 불안감의 표현인 듯하다. 법정 소송도 할 만큼 했다. 계속한다면 이겨도 이기는 것이 아닌 제로섬 (zerosum) 게임이 될 것이다. 애플이 소송전에서 더 많이 승리할수록, 역설적으로 더 많은 동정표를 얻는 쪽은 소송에서 지는 경쟁 기업들이다. 여기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손자병법' 구절에서 배워야 한다. 더 큰 전쟁(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소송에서 간혹 패배하든지 적어도 더 이상의 소송을 중단해야 한다. 이제는 애플이 다시 제품 혁신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 정신이다. 아이폰5의 경쟁적인 가격은 중국에서 폭스콘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벌어진 폭스콘의 38년 역사를 통틀어 최대 규모의 소요와 연이은 근로자들의 자살 사건은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후 5년간, 폭스콘의 주가는 66% 하락한 반면 애플의 주가는 650%나 급등했다. 결국 애플이 싼 노동력으로 벌어들인 엄청난 이익의 작은 일부분을 환원하는 도리밖에 없다. 애플 평판의 저수지가 메마르기 전에, 주체할 수 없는 현금을 법정 소송 비용 대신 사회나 노동자들을 위해 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실망한 팬과 전문가들은 벌써 아이폰6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 아이폰5의 실패가 계속 이어진다면 자부심은 오명으로 바뀔 수 있다. 여태 애플은 위대한 리더에 의해 창조된 비전으로 많은 사람에게 꿈과 영감을 주었던 멋진 브랜드였다. 우리는 '애플 웨이'가 탐욕과 오만이 아니라 혁신임을 끊임없이 환기받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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